파킨슨병 전조증상, 손 떨림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는 신호들
파킨슨병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손 떨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손 떨림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후각 저하, 변비, 수면 중 이상행동과 같은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파킨슨병의 전형적인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를 의학적으로는 ‘전구기(prodromal phase)’라고 합니다. 다만 전조증상으로 알려진 변화들은 다른 질환이나 생활습관 때문에도 흔히 발생하므로, 한 가지 증상만으로 파킨슨병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파킨슨병은 어떤 질환일까요?
파킨슨병은 뇌에서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대표적인 운동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작이 느려지는 서동증
-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는 떨림
- 팔다리와 몸이 뻣뻣해지는 근육 경직
- 보폭이 짧아지고 팔의 흔들림이 줄어드는 보행 변화
파킨슨병은 보통 이러한 운동 증상과 신경학적 진찰 결과를 종합해 진단합니다. 현재 한 번의 혈액검사나 뇌 MRI만으로 파킨슨병을 확정하는 일반적인 검사는 없습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전조증상
1.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후각 저하는 파킨슨병에서 비교적 일찍 나타날 수 있는 비운동 증상입니다.
예전보다 음식 냄새가 약하게 느껴지거나 커피, 향수, 꽃, 비누 등의 냄새를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족이 먼저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기, 코로나19, 알레르기성 비염, 축농증, 흡연, 노화 등도 후각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코 질환이 회복된 후에도 원인 모를 후각 저하가 지속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2.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한다
잠을 자면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고,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꿈속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는 현상을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합니다.
단순히 잠결에 몸을 한두 번 움찔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함께 자는 사람을 때리거나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행동이 크고 반복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을 포함한 시누클레인 관련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성이 높은 중요한 전구기 지표입니다. 그렇다고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이 파킨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수면 중 과격한 행동이 반복된다면 침대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신경과 또는 수면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3. 특별한 원인 없이 변비가 지속된다
파킨슨병은 운동뿐 아니라 장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변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변비는 수분이나 식이섬유 부족, 운동 부족, 약물, 갑상선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변비 하나만으로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는 없습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했는데도 변비가 오래 지속되거나 후각 저하, 수면 중 이상행동, 움직임 변화 등이 함께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한쪽 팔의 움직임이 줄어든다
파킨슨병 초기 운동 증상은 양쪽보다 몸의 한쪽에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걸을 때 한쪽 팔만 자연스럽게 흔들리지 않거나, 한쪽 다리가 무겁게 끌리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옷의 단추를 채우거나 젓가락질을 하고 양치질을 하는 동작이 한쪽 손에서 유독 느려지기도 합니다.
어깨 질환, 관절염, 허리디스크나 말초신경 이상도 비슷한 증상을 만들 수 있으므로 신경학적 진찰을 통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5. 글씨가 점점 작아진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크기로 쓰다가 뒤로 갈수록 글씨가 작아지고 글자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 현상을 ‘소자증’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글씨를 써서 서툰 정도가 아니라 과거에 비해 필체가 눈에 띄게 작아지고 쓰는 속도까지 느려졌다면 초기 운동 변화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6. 가만히 있을 때 한쪽 손이 떨린다
파킨슨병의 전형적인 떨림은 손을 편안히 내려놓았을 때 잘 나타나고, 손을 움직이거나 물건을 잡으면 줄어드는 ‘안정 시 떨림’입니다. 대개 한쪽 손이나 손가락에서 시작합니다.
반대로 컵을 들거나 글씨를 쓸 때 심해지는 떨림은 본태성 떨림, 약물, 카페인, 불안, 갑상선 이상 등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 모두에게 떨림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떨림이 없더라도 동작이 느리고 몸이 뻣뻣해지는 형태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7. 몸이 뻣뻣하고 동작이 느려진다
아침에 몸이 굳은 것처럼 느껴지고 표정, 걸음, 식사, 세수와 옷 입기 등의 동작이 전반적으로 느려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노화나 관절 문제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고 한쪽에서 더 두드러지며 일상 동작이 계속 느려진다면 신경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8. 목소리가 작아지고 표정이 줄어든다
예전과 같은 크기로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에게서 “목소리가 너무 작다” 또는 “말이 웅얼거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얼굴 표정도 감소해 화가 나거나 우울하지 않은데 무표정해 보일 수 있습니다. 눈 깜박임이 줄어 상대방에게 굳은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목소리 변화는 성대질환, 역류성 후두염 등으로도 나타나므로 쉰 목소리나 발성 불편이 있다면 이비인후과적 원인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9. 우울감·불안·무기력이 생긴다
우울감, 불안, 의욕 저하와 같은 변화가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우울장애 등에서도 매우 흔합니다. 정신적인 변화만으로 파킨슨병을 예측할 수는 없으며 다른 신체 증상과 진행 양상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10. 일어설 때 어지럽거나 실신할 것 같다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도 파킨슨병과 관련된 자율신경 증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탈수, 빈혈, 저혈압 체질, 혈압약 및 기타 약물 때문에도 흔히 발생합니다. 어지럼이 반복되거나 실제로 실신한다면 원인과 관계없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더 주의하세요
후각 저하나 변비처럼 흔한 증상 하나만 있다고 해서 파킨슨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여러 가지 함께 나타나거나 서서히 진행될 때 신경과 상담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후각 저하가 지속된다.
-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팔과 다리를 휘두른다.
- 걸을 때 한쪽 팔의 흔들림이 줄었다.
- 한쪽 손의 안정 시 떨림이 반복된다.
- 글씨가 전보다 작아지고 일상 동작이 느려졌다.
- 몸 한쪽이 유독 뻣뻣하거나 발을 끄는 느낌이 든다.
- 목소리와 표정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렘수면행동장애와 후각 저하에 한쪽 팔 움직임 감소, 서동증 같은 운동 변화가 동반된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파킨슨병이 의심되면 어떤 검사를 받을까요?
파킨슨병은 주로 신경과 전문의가 병력과 신경학적 진찰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진료에서는 다음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떨림이 나타나는 상황과 몸의 어느 쪽에서 시작했는지
-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움직일 때 속도와 크기가 감소하는지
- 팔다리에 경직이 있는지
- 걸음걸이, 자세, 방향 전환과 팔 흔들림에 변화가 있는지
- 복용 중인 약물이 파킨슨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 뇌졸중, 수두증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
뇌 MRI는 파킨슨병 자체를 확진하기보다는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도파민 운반체 영상검사를 보조적으로 시행하지만, 이 검사 역시 증상과 진찰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증상 기록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증상이 처음 시작된 시기
- 한쪽인지 양쪽인지
-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지
- 손이 떨리는 상황을 촬영한 영상
- 평소 걸어가는 모습을 앞·뒤·옆에서 촬영한 영상
- 최근 작성한 글씨와 과거 글씨의 비교
- 수면 중 이상행동을 목격한 가족의 설명
- 현재 복용 중인 약과 건강기능식품 목록
이러한 자료는 일시적인 변화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신경학적 증상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파킨슨병 전조증상에 관한 핵심 정리
파킨슨병은 손 떨림만으로 시작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변비가 지속되고, 잠을 자면서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하는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후 한쪽 팔의 흔들림 감소, 작은 글씨, 안정 시 떨림, 몸의 경직과 동작 저하 같은 초기 운동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파킨슨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흔히 발생합니다. 따라서 인터넷 자가진단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여러 증상이 함께 지속되거나 점차 진행될 때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 이 글은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자료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